의정부의료원, "말기암 환자 나가라"...코로나19 병상 확보 때문

 

내외경제tv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감염병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자 방역당국이 의정부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암 환자들까지 이송하라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17일 이 매체는 오전 의정부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말기암 환자인 80대 노모를 간병하고 있는 김성기(55, 남) 씨는 "말기암 환자이고, 고관절이 부러져 낙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노모를 오는 28일까지 갑자기 다른 병원이나 집으로 이송하라고 해 곤혹스럽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내외경제tv에 따르면, 의정부의료원에는 현재 10명의 말기암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중이다. 

 

이처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첫 1000명을 넘어서는 등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코로나 병상 부족으로 기존 입원 중이던 말기암 환자마저 다른 병원이나 가정으로 이송조치를 취하는 방역당국의 지시에 환자 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관련 상담을 진행할 뿐, 입퇴원이나 이송 관련 사항은 관할 지자체의 보건소에 문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정부시 보건소 관계자는 "전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의정부 지역에 코로나 병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면서 "말기암 호스피스 병동 환자의 이송에 관해서는 담당 주무관이 오늘 휴가 중이므로, 담당자가 복귀해야 추후 조치 사항에 관해 답변할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에 총 48개뿐이다. 

 

방역당국이 중환자 치료를 위한 확보한 병상 541개 가운데 8.9%에 불과한 수치다. 

 

최근 확진자의 70% 이상이 쏠려있는 수도권 상황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중환자 치료병상은 서울 5개, 인천 3개 등 8개에 불과하다. 

 

특히, 경기 지역은 확진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1개 남아있다.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인력, 장비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각 의료원마다 평균 100명 이상의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병상을 추가로 늘릴 여력도 없어 민간 병원의 참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는 의료계에 중증환자용 병실 확보 협조와 의료전문인 지원을, 민간기업이나 단체에는 생활치료시설 확보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병상 추가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 여러 곳과 협의 중인데 생활치료센터와 격리병실, 중환자실을 최대한 신속히 확보해 의료역량 부족 사태가 빚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병상 부족이 현실화됐다. 대전과 충남, 전북 등은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충북, 경북, 경남 등 역시 전날 기준으로 중환자 병상이 1개뿐이라 이미 포화 상태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악화하는 환자는 연일 늘고 있어 정부도 긴장 태세다. 중증 환자 병상은 자칫 부족할 경우 병상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185명으로, 전날(179명)보다 6명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감염병 치료병상 부족사태가 벌어지자 경기도는 가정대기 확진자들을 위한 홈케어 시스템을 가동했다.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확진자들을 의료인이 원격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당장 병원에 갈 수 없는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의사, 간호사, 공무원이 참여하는 홈케어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한다는 것이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장은 "의료원의 각 병원은 많은 수의 확진자를 직접 진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치료센터 의료서비스 운영도 전담 지원하고 있다. 더 이상 여력이 없다는 판단이 든다. 민간 의료기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했다. 

 

경기도는 경증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를 안산과 이천에 이어 고양과 안성에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또한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의료지원단을 모집하고 있다. 

 

정부 또한 수도권에서 매일 20일간 1000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매일 500명이 격리 해제된다고 가정할 경우 약 1만 개의 병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20일간 매일 1,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모든 환자가 신속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3주간 1만 병상 이상을 추가 확보하도록 하겠다"라며 "환자 중증도로 분류하면 생활치료센터 7000 병상, 감염병 전담병상 2700병상, 중증환자 치료병상 300병상"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대로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우선 코로나 전용병원 지정과 중환자 음압격리실 확충을 촉구해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현장 의료진에 따르면 이미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체계가 붕괴 직전에 와 있다"라며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더 수용할 중환자실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중환자가 더 늘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해 기존의 말기암 환자 등 중증환자 치료병상마저 비우라고 하는 방역당국의 지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의정부 시민 A씨는 "이번 3차 대유행은 이미 예상된 사태"라며 "다수의 전문가들이 겨울에 앞서 코로나 확산에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흘려보내고 말았다. 수도권에서는 병상 부족으로 확진 후 집에서 입원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위·중증 환자 병상도 한계에 봉착했다"라며 "선제적 방역이 매번 한 박자 늦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라고 방역당국의 이번 대책을 꼬집었다. 

 

 

[ 포천닷컴 포천닷컴 기자 ]